지난 2월 3일 발표된 '헬스웨이브'에 대한 케이큐브의 투자 소식 이후, 많은 친구들이 격려와 함께 문의를 해왔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서비스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물론 대부분의 벤처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기 때문에 처음 들으면 생소하지만, 의료 쪽은 더더욱 생소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하여 서비스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과 헬스웨이브의 비전, 투자 검토 과정에서의 비화(?) 등을 정리해 보려 한다.
헬스웨이브의 서비스
몸이 아파 의사를 찾아갔을 때를 떠올려 보자. 감기 같은 일상적인 병 수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의 병에 대한 이해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의사가 아무리 설명해도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의학 용어들, 근심에 잠겨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의사 선생님은 별거 아닌 듯이 얘기하지만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보호자로서의 경험도 비슷하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수술을 받았던 분이 있다면 그때의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자. 뒤늦게 병원에 도착하여, 가족에게 "의사가 뭐래? 엄마 왜 그런거래? 어떻대?"하고 물어보지만 의사의 어려운 설명을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가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며칠 더 있어야 한대" 혹은 "괜찮을 거래" 등의 대답만 돌아온다. 의사도 찾아가보지만, 의사 역시 모든 가족들에게 일일이 반복되는 설명을 해줄 여유가 없다. 설명을 듣는다해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수술 하라고는 하는데, 수술을 받아도 괜찮은 건지, 혹시 잘못되는 건 아닌지 답답한 마음에 검색 사이트도 뒤져보지만 믿을 수 없는 정보들에 더 혼동스러울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모든 사람들이 겪는 pain point. 이런 경험은 수천년 전 히포크라테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 없었다, 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IT가 발달한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그 솔루션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헬스웨이브는 그러한 솔루션들 중 가장 진보된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의료 정보 설명에 대한 솔루션의 진화 과정> (자료 제공: 헬스웨이브)
- 안내 책자 형태
- 의료 정보를 모아 사이트를 구축, 해당 URL을 제공
- 글과 일러스트를 포함한 의료 정보를 환자의 메일로 발송
- 의료 정보를 영상으로 제작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강남차병원 등과 같은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특정 전문진료를 위주로 하는 개인 의원에서도 헬스웨이브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앞으로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글로벌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헬스웨이브의 비전
정희두 대표님이 그리고 계시는 꿈은 굉장히 크다. 수천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한 것. 구글 같은 많은 기업들이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것. 바로 의사와 환자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들만 하나의 플랫폼에 묶을 수 있어도 그걸 통해 창출 가능한 value는 막대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타겟 광고일 것이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만약 의사와 환자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서비스 면에서도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헬스웨이브의 자세한 비전은 사업의 전략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현재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인 서모(www.sermo.com)는 약 20만 명의 의사를 회원으로 보유 중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플랫폼은 아니고, 의사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는 커뮤니티이다. 2005년 설립 이후, $41M, 한화로 약 44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2012년 7월 WorldOne에 인수되었다. 기업가치는 못해도 1,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과연 왜! 헬스웨이브가 할 수 있을까?
첫번째는, 의사들의 pain point를 정확히 짚었다는 점이다. 의사들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드려 해도, 의사들은 워낙 개인 성향이 강하여 잘 모이지 않는다. 의사들 1만 명만 모아도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 대표님은 서울대 전문의 출신으로서 실제로 의사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주목받을 수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반복되는 설명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서비스. 의사들에게 '부가적인' 서비스가 아닌, 코어 서비스로 다가선다면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둘째는, 팀의 역량이다.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고, IT 시스템에도 능통한. 좋은 애니메이션 팀이 의사를 영입하여 벤처 팀을 구성하려 해도, 몸값이 비싼 의사를 벤처에서 고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생긴다. 반면에, 정 대표님은 저 3가지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고 지난 10여년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다. 또한 서울대병원의 IT 촉탁 교수로서 의료계의 IT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도 독보적이다.
셋째는, 보유한 컨텐츠의 양이다. 10여년간 쌓아올린 컨텐츠가 900여종이다. (3,000여종의 설명 처방 컨텐츠 중 중요한 컨텐츠는 다 아우르고 있고, 매월 30여종의 컨텐츠가 추가되고 있다.) 3,500여종의 애니메이션 소스들이 벡터 파일로 저장되어 있으며, 수년 간 손발을 맞춘 팀으로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드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아무리 좋은 팀이 따라 잡으려 해도 시간적 편차가 너무나 크다.
마지막으로는, 의사 네트워크이다. 정 대표님은 서울대병원의 전문의 출신으로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정상급 의사들과의 친분이 매우 두텁다. 보수적인 의사 사회에서 inner circle에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사실 글을 쓰면서 투자 검토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적으려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가장 재미있었던 스토리 하나만 적자면, "대표님, 왜 창업을 하셨어요?" 라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하셨다. 선천적으로 말을 할 때 얼굴이 많이 빨개지시는 편인데,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설명을 하다보면 환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인데 상술인 건 아닌지, 의료 사고 일으킨 건 아닌지 등등... 그래서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시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되셨다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사회적 명성도 높은 쉬운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히 때려치고 벤처를 추진하시는 열정이 너무 멋있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있는 창업을 좋아한다. 비즈니스적인 기회를 보고 달려든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문제를 발견하고 고민하여 problem solving을 하다 보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좋은 팀이 생기는 것 같다.
헬스웨이브의 서비스가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나 의료 정보의 취약 계층에게 소금과 같은 서비스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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